성인의 서혜부 탈장도 수술을 해야 하는 질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발견 즉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소아 탈장의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하라고 권고를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 이유는 감돈incarceration의 위험성 때문입니다. 감돈이란 탈장된 내용물이 탈장 구멍에 끼어 빠지지 않는 현상을 말하며, 이런 감돈 상태로 오랜 시간 지속이 되면 혈액 공급이 지장을 받아 장에 손상이 발생하는 교액strangulation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소아 탈장의 경우 탈장구멍이 작기 때문에 탈장된 장bowel이 감돈될 가능성이 성인보다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성인은 소장이나 대장보다 지방이 주 구성 성분인 대망이라는 장기가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이 상대적으로 적은 아기의 경우엔 대부분 소장이나 대장이 빠져나옵니 다.
여아의 경우에는 난소나 나팔관 등이 탈장될 때도 많습니다. 따라서 소아 탈장의 경우 감돈의 발생 빈도도 높은 동시에 소장 등 주요 장기가 감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수술을 권고하는 것입니다.
소아 탈장에서 이런 감돈의 발생 빈도는 9~20%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고, 전체 소아 탈장 감돈의 50% 정도가 생후 6개월 이내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즉, 아기가 커가면서 차차 발생 위험이 줄어들어 생후 24개월 이후엔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➊
그리고 돌 이전에 발생한 소아 탈장의 경우 약 30%에서 감돈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돌 이전에 탈장이 발견된 아기들은 가급적 발견 후 2주 이내에 수술받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단 전신마취 후 무호흡apnea 발생 위험 때문에 잉태 60주가 지난 후에 수술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잉태 나이 60주 미만의 아기들은 전신마취 수술이 끝난 후 수면 중 무호흡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장기의 기능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아기들에겐 수술과 관련한 모든 게 매우 조심스럽기 때문에 설령 잉태 연령gestational age이 60주가 넘었다 하더라도 전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아기들에겐 전신마취를 비롯한 모든 수술 및 회복 과정의 처치를 매우 조심스럽게 시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소아 탈장의 수술 시기는 ①수술을 지연하는 것에 따른 위험성 과 ②조기 수술에 따른 마취 및 수술의 위험성을 서로 잘 견주어서 결정해야 합니다.
소아 탈장수술 지연에 따른 위험
수술을 지연함에 따른 위험성은 앞서 이미 말씀드린 감돈입니다.
많은 아기 부모님들이 감돈을 장이 썩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이 썩는 것은 교액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소아 탈장으로 장이 썩어 장을 절제해야 하는 교액의 발생률은 0.1%로 매우 낮게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염려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➋
반면 감돈은 단순히 장이 끼어 있는 상태를 말하며, 이런 감돈이 발생하더라도 조심스러운 조처를 통해 75~85%는 수술 없이 끼어 있던 장이 배 속의 원래 위치로 빠져 복원이 됩니다. 복원되지 않을 경우에는 바로 응급으 로 소아 탈장수술을 진행하면 됩니다.
즉, 이를 대입하면 돌 이전의 아기일 경우 수술을 하지 않고 미루더라도 100명 중 70명은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24명은 감돈을 경험하나 적절한 처치로 복원이 됩니다. 이런 경우 24~48시간 안에 정규 스케줄을 잡아 소아 탈장수술을 하는 것이 좋습 니다.
문제는 감돈이 된 30명 중6명, 즉 전체 돌 이전 소아 탈장 아기의 6% 에서는 비수술적 방법으로 감돈이 풀리지 않아 바로 응급 소아 탈장수술을 하게 되는 점입니다. 감돈 발생 후4~6시간이 지나기까지 복원이 되지 않으면 응급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하며, 남아보다는 여아가 감돈 발생 위험 이 1.5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모스Moss 등은 1985년 1월부터 1990년 1월까지 5년간 시애틀에 있는 어린이병원에서 소아 탈장수술을 받은 2개월 미만의 영아 384명을 리뷰 한 결과 94명(24.5%)에서 감돈이 발생했고, 이들 중 88명은 비수술적 방법 으로 감돈이 해소되었으며 6명(1.6%)은 응급수술이 필요했으나 이들 중 장 절제가 필요한 경우, 즉 교액이 발생한 경우는 없었다고 했습니다.➌
한 편 1989년부터 2007년 사이 홍콩에서 시행된 3,100건의 소아 탈장수술 중에서 응급 소아 탈장수술은 113건(3.6%)이었으며, 그중 생후 3개월 미만이 47명, 4~12개월 아기가 26명으로 돌 전에 응급수술을 받은 건수가 전체 응급수술의 65%였습니다.
두 돌이 넘으면 감돈의 비율이 현저히 낮아져서 두 돌 이상 소아 탈장수술 아기들 1,581명 중 감돈으로 수술한 아기는 12명 (0.75%)이었다고 했습니다.➍
이렇듯 돌 이전 소아 탈장의 수술을 미루면 응급 소아 탈장수술을 하게되는 경우가 6%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돌 이전의 아기들에게 발견 14일 이내의 소아 탈장수술을 권하는 이유는 6%의 아기에게 있을 응급수술에 따른 후유증 증가 때문입니다.
응급 소아 탈장수술은 정규 소아 탈장수술 시보다 고환 혹은 난소 위축 등의 후유증 발생률을 높이기 때문 입니다.
돌 이후 24개월 사이의 아기들에게 감돈이 발생할 가능성은 돌 전의 1/2이하로 줄어들고, 탈장구멍도 더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응급수술이 필요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생후24개월 이후엔 이런 감돈 현상이 매우 드물다고 보고하고 있습니 다.➎
전신마취에 따른 위험
뇌 발육이 가장 왕성한 시기인 4세 미만의 아기들이 과도한 양의 전신 마취제에 노출되면 뇌 회백질 발달에 악영향을 받아 향후 인지능력 및 학습능력의 장애를 갖게 될 수 있으며, 과잉행동장애 등도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드린 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가능하다면 전신마취 수술을 피하는 것이 좋고, 전신마취 수술이 불가피하다 면 최소량의 전신마취제에 노출될 수 있도록 마취를 얕고 짧게 할 수 있는 방식의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따라서 수술을 미룰 경우 감돈의 위험이 상당한 돌 이전의 아기들은 전신마취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복강경 소아 탈장수술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고위결찰술을 받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복강경 소아 탈장 수술로 향후 반대쪽 탈장이 생기는 걸 미리 차단하는 유익을 일부 아기들 이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아기들은 전신마취 시간을 연장해야 하는 위험을 무릅쓴 채 필요도 없는 반대쪽 수술을 받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대쪽 탈장 발생의 작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아기의 뇌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이런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과연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복강경 소아 탈장수술이 그 정도의 큰 유익을 주는 수술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돌 이후 아기들은 다행히 돌 이전 아기들보다는 감돈 위험이나 응급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많이 줄어듭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기들은 수술을 조금 더 미뤘다가 수면 국소마취로 수술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의 전신마취 위험을 무릅쓰고 고위결찰술을 받을 것인지 부모님들께서 결정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참고문헌➊ Harvey MH, Johnstone MJS, Fossard DP. Inguinal herniotomy in children: A five year survey. Br J Surg. 1985; 72: 485-7.Holder TM, Ashcraft KW. Groin hernias and hydroceles. In Holder TM, Ashcraft KW (eds): Pediatric Surgery. Philadelphia, WB Saunders, 1980, pp594-609.Skinner MA, Grosfeld JL. Inguinal and umbilical hernia repair in infants and children. In Rutkow IM (ed). Hernia surgery. The Surgical Clinics of North America 1993; 73(3); 439- 49.➋ Olesen CS, Mortensen LQ, Öberg S, Rosenberg J. Risk of incarceration in children with inguinal hernia: a systematic review. Hernia. 2019; 23(2): 245-54.➌ Moss RL, Jatch EI. Inguinal hernia repair in early infancy. Am J Surg. 1991; 161: 596-9.➍ Turkyilmaz Z, Sonmez K, Karabulut R, Demirogullari B, Ozen IO, Kapisiz A, Kale N, Basaklar AC. Incarcerated inguinal hernia in children. Hong Kong J Emerg Med. 2010;17(3): 244-9.➎ Zamakhshary M, To T, Guan J, Langer JC. Risk of incarceration of inguinal hernia among infants and young children awaiting elective surgery. CMAJ. 2008; 179(10):1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