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부 탈장수술을 국소마취로 하는 데는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들이므로 차례대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매우 안전합니다

국소마취제를 최대 허용량 이내로 사용할 경우 심혈관 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어 매우 안전한 마취가 가능합니다. 국소마취라면 100세가 넘는 초고령 어르신들은 물론, 평소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거나, 혈액투석을 받거나, 주기적으로 복수를 빼야 하는 중증의 간질환 환자분들도 아무런 염려 없이 서혜부 탈장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국소마취로 하면 누구나 예외 없이 안전하게 서혜부 탈장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를 중단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요즘은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를 평소에도 복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혈압이 있거나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꾸준히 아스피린을 먹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또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져 스텐트 시술을 받은 분들이나 부정맥이 있는 분들, 뇌경색 병력이 있는 분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항응고제를 복용합니다.

문제는 항응고제나 아스피린이 피가 굳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이라는 점 입니다. 그 결과 큰 수술을 비롯해 전신마취나 척추마취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피가 멎지 않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전 항응고제는 최소 5일, 아스피린은 일주일 정도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항응고제나 아스피린을 여러 날 중단하면 다시 혈전이 발생해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등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혈전 재발의 위험이 높은 분들은 매우 복잡한 준비 과정을 거친 후 필요한 수술을 받거나 아예 수술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소마취로 서혜부 탈장수술을 받는다면 사전에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를 끊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작은 범위에서 진행하는 절개 서혜부 탈장수술을 하면 수술 중 출혈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출혈이 있다고 해도 수술 중에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지혈을 해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소마취라면 항응고제 중단에 따른 혈전 재발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마음 놓고 탈장수술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금식이 필요 없습니다

수술 전 8시간 정도 금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상식입니다. 특히 위胃 수술이나 장腸 수술, 간담도肝膽道 수술 등 배 속 장기를 수술하는 경우엔 수술 후 장마비腸痲痺에 대비해서 반드시 금식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수술 전 금식이 필요한 더 절박한 이유는 마취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신마취는 공기가 위胃로 유입되어 위가 팽창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충분한 금식으로 위가 비어 있지 않으면 마취에서 깰 때 팽창된 위 속의 음식물이 역류할 수 있습니다. 

즉, 토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전신마취 중에는 기침 반사도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역류한 구토 물이 폐로 들어가기 쉬워 치명적인 흡인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척추마취를 하는 경우도 혈압이 갑자기 낮아지면서 구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금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척추마취 중 전신마취로의 전환 가능성을 늘 대비해야 하는 차원에서도 금식이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국소마취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 부위의 통각신경만 마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수술 중에 구토가 발생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만에 하나 구토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기침 반사가 완벽히 살아 있기 때문에 구토물이 폐로 들어갈 위험이 전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국소마취 수술에선 금식이 전혀 필요 없습니다. 단, 수면 국소마취를 받으실 경우에는 3~4시간의 금식이 권장됩니다.

오랜 시간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은 연세가 많거나 지병을 가진 분들에게 건강상 많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당뇨 환자의 경우 금식 시간이 길어질수록 혈당 조절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금식을 하지 않는 국소마취 탈장수술을 받는다면 이런 염려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습니다.

필요 시 기침을 해서 수술을 도울 수 있습니다

서혜부 탈장수술을 하다 보면 탈장주머니를 찾기 힘든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특히 탈장이 재발한 경우에 더욱 그렇습니다. 문제는 탈장주머니를 정확히 찾아서 처리하지 않으면 또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탈장주머니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 환자가 기침을 하면 탈장주머니가 볼록거리는 게 보이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발한 서혜부 탈장일수록 국소마취로 수술하는 것이 두세 번 추가 재발하는 것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전신마취로 의식이 없는 환자에겐 기침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척추마취 수술에서는 하복부의 근육이 마비되어 있기 때문에 기침을 하려 해도 복압이 올라가지 않아 전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수술 후 즉시 거동이 가능합니다

국소마취 수술을 받으면 수술 직후 스스로 걸어서 병실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거동에 제한이 전혀 없습니다.

반면 전신마취 후에는 병실 침대에 한참 누워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척추마취를 한 경우엔 정신은 멀쩡하지만 하반신 마비가 되어 있고 경막에 생긴 바늘 구멍으로 뇌척수액이 새어 나오는 것을 예방해야 합니다. 

따라서 병실에 돌아와서도 최소 12시간에서 24시간 동안 머리를 들지 못하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신마취 때보다 오히려 훨씬 더 늦게 거동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거동을 못하면 앞에서 설명 드렸듯이 심부정맥 혈전증과 이로 인한 폐 색전증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특히 혈전이 잘 생길 수 있는 노령층이 탈장수술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소마취 수술 후 바로 거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매우 큰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취 효과가 수 시간 이상 지속됩니다

전신마취 중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통증을 느끼는 대뇌 기능이 억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신마취에서 회복되면 대뇌의 감각 피질도 함께 각성되어 통증을 점점 더 뚜렷하게 느끼게 됩니다.

즉, 전신마취에서 깨는 동시에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반면 척추마취나 국소마취 수술을 받으면 수술 후에도 마취제의 약효가 사라질 때까지 진통 효과가 지속됩니다. 따라서 수술이 끝난 후에도 보통 서너 시간 동안 진통 효과가 지속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술 통증은 수술직후에 가장 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수술 직후 가장 통증이 심한 몇 시간 동안 진통 효과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취 후유증이 거의 없습니다

전신마취와 척추마취 후에는 심각한 합병증을 비롯한 여러 후유증이 종종 나타난다는 사실을 앞에서 설명 드렸습니다. 그러나 국소마취는 심각한 후유증이 없습니다. 다만 일부 환자에게 수술 후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이는 다른 마취법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며 넉넉히 24시간 정도만 주의를 기울이면 됩니다.

뇌 기능에 악영향을 전혀 주지 않습니다

전신마취는 유ㆍ소아의 뇌 발육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성인의 경우에는 기억력 감퇴나 치매 발생 가능성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앞서 설명 드렸습니다. 그러나 국소마취는 말 그대로 수술하는 국소 부위의 통증신경만 잠시 마비시키는 마취이기 때문에 뇌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만성 통증의 발생 가능성을 낮춰줍니다

서혜부 탈장수술, 특히 인공망을 사용하는 인공망 탈장수술의 가장 많은 후유증은 수술 후 6개월 이후에도 지속되는 만성 악성 통증입니다. 만성 악성 통증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통증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탈장수술에 인공망을 사용하면 만성 악성 통증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소마취로 서혜부 탈장수술을 할 경우 인공망을 사용하더라도 만성 통증의 발생 비율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줄어든다고 합니다. 더구나 인공망을 사용하지 않고 실시하는 국소마취 서혜부 탈장수술이라면 이런 효과가 더욱 확실할 것입니다.

이처럼 국소마취는 안전성부터 편리함까지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마취법입니다. 앞서 소개한 전신마취와 척추마취의 심각한 합병증과 비교해보면 국소마취의 이런 장점들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